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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휴대폰 통화 50m 밖에서도 들려요"…선수들 몰입 방해

탐미유 2019. 6. 1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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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찰스슈와브챌린지 3라운드. 선두를 달리던 재미동포 케빈 나가 11번홀(파5)에서 느닷없이 더블보기를 범했다.

그린 벙커샷을 하려는 순간 한 여성 갤러리가 휴대폰으로 소음을 내 ‘홈런 볼’을 쳤다. 케빈 나는 끝까지 스스로를 잘 다스린 덕분에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이 대회를 제패했지만 하마터면 통산 3승과 우승 상금 131만4000달러가 날아갈 뻔했다.

평소엔 하찮게 들리는 휴대폰 소음도 골프 대회에선 ‘치명타’가 될 수 있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9’를 앞두고 알아두면 유익한 ‘프로 갤러리 매너와 관전팁’을 소개한다.

“50m 밖 소곤소곤? 다 들려요!”

쥐죽은 듯 조용한 홀 주변에서 나는 벨소리는 거의 ‘폭발음’에 가깝다. 2016년 한 국내 여자 대회에선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선수가 다운스윙을 하기 직전 벨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오비(아웃오브바운즈)’를 내고 결국 우승컵을 놓쳤다. ‘웅~웅~’거리는 진동 소리도 안심할 게 아니다. 초집중 모드에 들어간 프로들에겐 ‘예상치 못한 주변 변화’ 모든 게 장해물이 될 수 있어서다. 무음 모드가 권장되는 이유다.

‘이 정도 멀리 떨어져서 통화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갤러리가 많다. 하지만 샷 루틴에 들어가면 50m 밖에서 ‘소곤소곤’ 말하는 것까지 다 들린다는 게 프로들의 얘기다. 티잉 에어리어 주변은 상상 이상으로 고요하다.

더 신중해야 할 것은 폰카메라 촬영이다. 한 프로는 “스마트폰을 들어올리는 동작이 눈에 어른어른 비칠 때가 많다. 사진을 꼭 남기고 싶으면 사진기자들의 셔터음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피니시 때가 좋다. 이때 같이 하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동영상 촬영 시작을 알리는 ‘팅~’ 하는 기계음은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소음이다.

‘3명 전원 홀아웃’을 기다리는 센스

선수들의 신체 부위를 건드리는 건 금기다.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선수는 “악수를 청하며 손을 꽉 쥐거나 등짝을 때리며 ‘파이팅’을 외치는 분들이 있는데, 감각이 흐트러질 수 있는 만큼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좋아하는 선수가 퍼팅 홀아웃을 하면 곧바로 다음 홀로 이동하는 것도 비매너 중 하나다. 2~3명으로 편성된 한 조의 선수 전원이 퍼팅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기본 에티켓이다.

‘원샷 투킬’ 명당, 샛길도 알아두자

갤러리 경험이 많은 ‘프로’ 갤러리는 ‘명당’부터 찾는다. 두 홀 경기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원 샷 투 킬’ 포인트가 그런 곳이다.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9가 열리는 포천힐스CC에서는 가든코스 5번홀(파4) 그린과 7번홀(파4) 페어웨이 끝이 만나는 ‘삼거리’가 대표적이다. 5번홀 홀아웃은 물론 7번홀에서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궤도와 탄착점, 7번홀 아일랜드 그린 플레이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서다. 팰리스코스 3번홀(파4) 그린과 4번홀(파5) 티잉 에어리어 사이는 ‘사이다 장타’와 그린 플레이, 계단 폭포를 모두 감상하기 좋은 길목이다. 6번홀(파4) 티잉 에어리어 뒤편은 호수 속 기암괴석인 일명 ‘포담삼봉’을 한눈에 바라보며 화끈한 장타를 즐길 수 있다.

샛길을 알아두면 경기를 압축해 볼 수 있어 쏠쏠하다. 가든코스 3번홀(파5) 페어웨이와 5번홀 티잉 에어리어를 잇는 샛길, 팰리스코스 2번홀(파3)과 18번홀(파5)을 잇는 오솔길이 대표적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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